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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냅 6개월 전

오렌지 유산: 시간을 거스르는 자동차

단편 스토리

태양이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앰버라는 이름의 레트로 카페는 가물거리는 불빛 아래 손님들로 붐볐다. 카페 안에서는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초현대적 도시의 스카이라인과는 대조적으로 구식 주크박스가 구세대의 멜로디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자주색 재킷을 걸친 한 소년이, 이름하여 지훈, 커피를 마시며 카페 한 켠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길은 카페 밖에 세워진 낡은 오렌지색 자동차에 멈추어 있었다. 그 자동차는 마치 시간 여행자처럼 초현대적인 도심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훈에게는 아버지의 유산이자, 그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었다.

지훈의 아버지는 옛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들 사이에서도 그는 항상 손길이 닿을 때마다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고, 감각적인 소리를 내는 이 구식 자동차를 가장 아꼈다. 지훈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이 차는 지훈에게 남겨진 가장 강렬한 기억이었다.

카페의 빛바랜 이름판 ‘앰버’는 지훈의 이야기를 듣는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름은 결국 그가 아버지와 함께 찾아왔던 이 카페와 자동차의 색깔에 영감을 받아 지은 것이었다. 앰버 카페는 어떠한 이야기도 받아들이는 그런 곳이니, 지훈의 잔잔한 회상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늘게 이어진 항로 위를 숨 쉬듯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는 호버카들. 다이내믹한 미래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와는 무척이나 대조되는 오래된 연식의 차 옆에서 지훈은 과연 미래에도 이와 같은 자동차들이 자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온전히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을 생각했다.

“지훈씨, 다 마셨어요? 커피 더 드릴까요?” 카페 주인장, 현수가 물었다. 현수는 지훈이 장소에 따라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면모에 언제나 호기심을 가졌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한 잔을 더 부탁했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이 차 정말 멋지네요. 이런 차들을 요즘 도시에서 보기 힘들죠. 관리 잘 하시나 봐요.”

“네, 감사합니다. 아버지 유품이라서요. 가꾸면서 아버지를 늘 생각하게 되죠.” 지훈은 창 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현수는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훈씨, 이 차도 이 카페처럼 그 시간의 한 조각을 이 미래에 남겨둔 거예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그 시절에서 가져오게 되죠. 추억이라는 건 결국 영원한 것일지도 몰라요.”

지훈은 그 말에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추억은 때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현수의 말처럼 그것이 비록 묵직하더라도 이를 통해 우리는 영속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한참을 곡진한 대화를 나누고, 지훈은 커피를 다 마셨다. 그가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주크박스에 던지자, 그의 페이보릿 곡이 카페 안을 채웠다. 느리게 차 문을 열고, 지훈은 옛 차를 몰아 새로운 세상 속으로 홀로 나아갔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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