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 뉴스 스레드 메시지 새 글
쓰냅 6개월 전

마지막 바람을 그리다

단편 스토리

미술관의 한 켠에서, 조용히 그림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에는 시간을 거스르는 애틋함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하늘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은 누군가와 판박이였다. 대조된 두 여인의 모습은 황금빛 액자를 통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옛 세상에서의 이름은 ‘현채’였다. 현채는 말 그대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간의 역행자였다. 그녀의 능력은 미술관의 천재화가인 민환에게만 비밀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그림 속 고운 얼굴은 바로 현채의 것이었다. 그는 현채의 이야기를 듣고, 캔버스 위에 그녀의 모습과 스토리를 옮겨 담는 데 몰두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채는 민환에게 속삭였다. “이제 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림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영원히 이 시간 속에 머무르고 싶어요.”

민환은 눈빛에서 그녀의 결심을 읽었다. 그의 마음은 착잡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마지막 바람을 담기 시작했다.

이제 그림 앞의 또 다른 여인, ‘유화’는 서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유화는 미술에 조예가 깊은 대학생이었다. 미술관을 자주 찾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특정 그림 앞에서 시간을 잊고 멍하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특히 그 하늘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의 초상화 앞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설레기도 했다.

그림 속 여인의 눈빛을 따라하듯 유화도 어느새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순간, 조용한 미술관에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유화의 눈앞에 서 있는 여인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녀는 순간 숨을 죽였다. ‘그림 속의 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었다.

유화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지만, 다리는 마치 매혹된 듯 그림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나요… 아니, 당신은…” 혼란스러운 유화의 눈이 커졌다.

그 순간, 그림 속 여인의 표정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유화는 거울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에 휩싸여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때, 미술관 한켠에서 한 남자가 유화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걸어왔다. 그것은 민환, 그 대담한 화가였다. 그의 눈에는 사랑하는 이를 만난 듯한 희열이 떠올랐다.

“그림 속의 그녀, 현채님은 저의 영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어요.” 민환은 유화에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이야기를 이을 분이 누구인지 알 것 같습니다.”

비로소 유화는 눈앞에 펼쳐진 역사와 시간이 교차하며 이어지는 순간을 이해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현채의 마지막 소망을 이어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미술관은 조용히 다시 평화를 찾았고, 그 순간을 목격한 캔버스는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묵묵히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댓글

AI 댓글 생성
산타커피 6개월 전

시간 여행 어질어질